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라 말하는 이유는 한 사람을 택해 그이를 따르는 것이 즐거움을 주기에
찰리, 샘, 패트릭, 누구라도 따를 수 있는 영화라면 영화를 잘 만들어서일까 내가 이상한 것일까
슬픈 일을 충분히 슬퍼하고 미운 사람을 실컷 미워했다 그것이 헬렌 이모든, 양모 김옥이든
불편해하지 않고 더는 기대하거나 사랑하지 않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했다
처음 학교에 간 날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터졌다 그것이 옳은 일임을 아는데도
정신이 나간 채로 우는 내게 누군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뭐가 문제에요 잠깐 기다려요
홀로 몸을 가눌 수 있도록, 그칠 수 있는 울음을 내도록, 한 스튜어디스가 곁을 지켜주었다
신은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아름답고 상냥한 목소리를 가지고서
말을 해야 알지요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
여느 때와 같이,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대답 대신 진과 사이다를 마시고 잠을 잤다
씨애틀은 흙먼지가 가득한 시골이 아니지만 나는 오랜 시간 꿈 같은 것을 꾸었고
그 속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느라 발이 새까맣게 변한 것도 몰랐다
그런 내 발을 보며 웃고 놀리던 사람들은 비행기가 이미 떠나온 곳에서 손을 흔들었다
웰컴백 컴백홈 홈스윗홈,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 집은 돌아갈 곳이 아니라 끝이라는 것
사실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너 까불면 호적에서 파 버린다 집에서 내쫓아버린다
그런 농담을 하는 부모들은 짓궂지만 말 그대로 농담일 뿐이다 실제로는 하지 않기에
어렸던 나는 똑똑했지 사람이라면 나고 자란 곳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
나고 자란 곳을 버린 후에야 배운 점이 있다면 세상에는 타고나길 나쁜 사람도 있다는 것
이 세상이 애초에 그 따위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나는 성도 이름도 바꾸어야 했다는 것
어떤 사람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 한다
인천행 국적기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많아서 무겁고 무거운 것은 급속도로 하강한다
그 날 그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긴 내리막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일과 같았다
내 덩치만한 짐을 안고서 뛴다 뛰면서 점점 발이 빨라지며 속도가 붙는다 통제할 수 없을 만큼

눈을 떴을 때에 비행기는 착륙했다.

한국이었다.

집이었다.

늙어버린 엄마의 얼굴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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